특수목적용 항법·항재밍 전문기업 덕산넵코어스가 총사업비 3조7000억원 규모의 ‘한국판 GPS’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KPS 위성 1호기가 최근 상세설계를 마무리하고 제작·시험 단계 진입을 앞둔 가운데 오는 2029년 예정된 첫 위성 발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맡는다. 덕산넵코어스는 KPS의 위성·지상·사용자 시스템 분야에 참여하고 있어 본격적인 KPS 구축에 따른 수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KPS 위성 1호기 탑재체 상세설계검토회의(CDR)를 진행했다. CDR은 비행모델 제작 전 마지막 설계검토 단계로, 이를 통과하면 오는 2029년 9월 발사를 목표로 KPS 위성 1호기 탑재체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KPS는 한반도와 인근 지역에 독자적인 위치·항법·시각(PNT)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위성항법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22년부터 2035년까지로 예비타당성조사 기준 총사업비는 약 3조7234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2029년 9월 KPS 위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8기의 항법위성을 배치할 계획이다. 5기는 경사지구동기궤도(IGSO), 나머지 3기는 정지궤도(GEO)에서 운용한다. 전체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GPS, 러시아 GLONASS, 유럽 Galileo, 중국 BeiDou, 일본 QZSS, 인도 NavIC에 이어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한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특히 첫 위성의 우주 수송은 미국 스페이스X가 맡는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 9월 스페이스X와 KPS 위성 1호기 발사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오는 2029년 9월 예정된 KPS 첫 항법위성의 발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덕산넵코어스는 KPS 구축 과정에서 위성·지상·사용자 시스템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KPS 개발사업 참여를 우주사업의 핵심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기존 방산 분야에서 축적한 위성항법과 항재밍 기술을 우주항공 분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우주발사체 분야 공급 실적도 확보하고 있다. 덕산넵코어스는 나로호와 누리호에 위성항법수신기를 공급해왔으며 올해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도 제품 공급이 확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저궤도 위성용 위성항법장치와 항재밍 장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덕산넵코어스의 주력인 위성항법과 항재밍 기술은 KPS와 사업적 접점이 크다. 위성항법은 위성으로부터 전달받은 신호를 이용해 위치와 속도, 시각 정보를 산출하는 기술이다. 항재밍은 외부에서 강한 방해 전파를 발생시켜 위성항법 신호를 무력화하는 재밍 환경에서도 정상적인 항법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이다.
KPS 구축은 해외 위성항법시스템에 의존해온 국내 PNT 인프라를 보완하는 동시에 향후 국방과 교통, 통신, 해양,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우주항공청 역시 KPS를 국민 생활뿐 아니라 공공안전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덕산넵코어스 입장에서는 KPS 사업이 단순 위성용 부품 공급을 넘어 기존 항법·항재밍 사업의 적용처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회사는 지상무기와 유도무기, 함정, 항공기, 무인기 등에서 항법·항재밍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우주발사체와 위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우주·방산 공급망 진입을 위한 품질 기반도 확보했다. 덕산넵코어스는 지난해 2월 인쇄회로기판조립(PBA) 공정에서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품질인증인 NADCAP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PBA 제조기업 가운데 최초다.
NADCAP은 항공우주·방위산업 분야에서 특수공정에 대한 품질과 제조 신뢰성을 검증하는 국제 인증 프로그램이다. 회사 측은 미국 보잉과 허니웰, 유럽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들이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활용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덕산넵코어스는 2018년 NADCAP 일반 인증을 시작으로 2020년 실버를 거쳐 골드까지 등급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기업과 실제 협업한 경험도 있다. 덕산넵코어스는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 허니웰로부터 관성항법장치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5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절충교역을 수행했다. 국내 방산기업을 통한 간접적인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공급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이미 축적해온 셈이다.
이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덕산넵코어스도 KPS 사업 일정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회사가 공개한 성장전략에 따르면 KPS 개발사업을 2025~2030년 우주산업 성장사업으로 제시하고 위성항법 수신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과 초소형·저궤도 위성용 항재밍 장치 개발도 우주사업의 주요 축으로 설정했다.
회사는 지난달 30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항법·항재밍 기술 고도화와 생산시설 및 위성항법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입한다. 방산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서 우주항공과 대드론, 데이터링크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황태호 덕산넵코어스 대표는 IPO 당시 “지상무기부터 유도무기, 항공·무인기, 우주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축적한 사업 헤리티지를 갖추고 있다”며 기존 방산사업의 양산 확대와 함께 우주 분야로 적용 영역을 넓혀 글로벌 특수목적용 항법·항재밍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준형 데이터투자 기자 pr@datatooz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