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마지막 주, 코스닥 상장사 1,108개가 3일에 몰려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코스닥 전체의 67.8%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규제기관이 권고한 분산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회계감사 완료 기한과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이라는 시간의 틀은 기업의 일정과 전략을 지배했고, ‘형식적 합법성’은 ‘실질적 통제력’을 압도했다.
단순한 일정 관리 실패가 아니라, 산업적 시간 운영 모델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회계법인과 상장사 간 비대칭적 시간 권력, 감사 완료 지연에 따른 총회 일정 왜곡, 12월 결산 중심 제도의 구조적 피로는 코스닥 전체를 시간의 벽 안에 가두고 있다.
코스닥 기업 중 101개사가 자본준비금을 감액하여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했고, 43.7%는 배당 절차 정관을 변경했다. 전통적인 수익 기반 배당에서 벗어나, 자본 항목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메시지를 구성한 ‘재무 전략의 언어화’였다.
감액배당은 실질이익 없는 배당이 아니라, 자본항목의 유연화를 통한 시장 신뢰 회복 전략으로 작동했다. 유동성이 제한된 중소형 상장사에게 배당을 포기하지 않고, 회계적 기법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정식이었다. 회계가 전략이 되고, 정관이 메시지가 된 시점이었다.
전자투표는 61%의 코스닥 기업에서 도입되었고, 전자위임장은 28.4%에서 병행되었다. 그러나 이 숫자들은 실질적 참여 구조를 보장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은 전자투표를 단순한 의결 수단으로만 제공했고, 안건에 대한 해설, 실시간 질의, 주주 간 상호작용은 부재했다. 참여의 형식은 있었지만, 권한의 실체는 비어 있었다.
주주제안은 25개사에서만 상정되었고, 전체 안건 대비 가결률은 24.4%에 그쳤다. 대주주 중심의 의결권 집중 구조, 이사회를 통한 제안 거부 절차, 정보 비대칭과 비용 장벽은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소수주주는 존재했지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고, 시스템은 참여 가능성을 보장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보장하지 않았다.
1,231개 코스닥 상장사가 이사 선임을 상정했고, 590개사는 정관 변경을 진행했다. 정관은 더 이상 ‘법적 고정문서’가 아니라, 기업이 이해관계자에게 구조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 문서가 되었다. 이사회는 단순한 인적 구성의 재편이 아니라, 주주, 규제기관, 외부 감사인, 시장 사이에서 경영진이 만들어낸 거버넌스의 질서였다.
사외이사 비율 조정, 감사위원 선출 방식 변화, 집중투표제 대응 등은 제도에의 대응을 넘어 지분 구조 방어와 의결권 조정이라는 실질적 통제 전략으로 기능했다. 이사회는 더 이상 감시기구만이 아니었고, 경영전략의 도구였다.
2025년 코스닥 주총은 ‘형식과 전략의 공존’, ‘절차와 회피의 병존’, ‘참여와 통제의 이중구조’를 모두 보여주었다. 주총은 더 이상 보고의 시간이 아니었고, 기업이 시장을 설계하고, 규제를 해석하고, 투자자와 협상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 공간은 회계와 정관, 시스템과 시간, 표와 언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구조는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는 더디고 불균형적이며, 제도는 완성되지 않았고, 참여는 여전히 단선적이다. 코스닥이라는 이름 아래, 산업은 스스로의 거버넌스를 설계하고 있고, 자본시장 전체는 설계 방식에 따라 다음 단계를 결정짓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는 거대기업이 아닌, 코스닥의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민주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총은 하나의 산업 구조이며, 그 구조는 지금도 회계와 시간, 권력과 통제의 경계 위에서 다시 그려지고 있다.
자본시장팀 데이터투자 news@data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