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6-01 (일)

트럼프 관세 경고에도 금융시장 ‘무덤덤’…내성 생긴 월가

  • 입력 2025-05-24 21:35
  • 자본시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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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수사에 대한 시스템적 무감각
주식시장 반응: 기술적 회복인가, 구조적 관성인가
관세 발언의 정책 실현 가능성과 자산시장 전략

사진=The White House X 갈무리

사진=The White House X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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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애플 아이폰에 25%, 유럽연합(EU) 수입품에 최대 50%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는 2025년 재집권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의 연장선이며, 정치 수사가 정책 신호로 재등장한 사례로 읽힌다.

그러나 뉴욕 금융시장은 충격 대신 복합적이고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뉴욕증시는 개장 직후 1% 이상 하락했지만, 장중 낙폭을 절반 가까이 회복했다. 월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을 정책 선언이 아닌 협상 압박 카드로 해석하는 분위기를 보였고, 주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이를 단기 리스크로만 간주하며 구조적 내성의 형성을 시사했다.

2024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사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을 때, S&P500 지수는 이틀 만에 5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당시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가능성 자체를 저평가하고 있었으며, 보호무역이 현실 정책으로 재등장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했다. 그러나 2025년 5월, 월가는 전과 달라진 계산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S&P500의 관세 민감도는 4월 초 하루 변동성의 80% 이상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5월 말 기준 30% 이하로 떨어졌다. 정치 리스크가 고빈도성(high frequency)을 띠며 반복됨에 따라, 금융시장은 해당 변수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재조정하고 있다. 특정 발언이나 수사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정책 이행 신호의 실질성을 중심으로 포지션이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는 시장 내에서 구조적 무감각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관세 발언과 동시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년 만의 고점에서 소폭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는 금리 상승을 주도해온 인플레이션 경로가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 연준의 완화적 전환 기대,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 재정 우려 완화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국채시장에서의 수급 흐름 역시 중요하다. 미 재무부의 대규모 발행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으며,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수요가 다시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숏커버와 같은 기술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금리는 단기적으로 과열 국면을 벗어나 안정 구간에 진입한 양상이다.

국채금리의 움직임은 현재 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을 ‘정책 리스크’보다는 ‘리스크 프리미엄 조정 요소’로 재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언 직후의 급격한 금리 상승이나 커브 변형 없이, 정제된 방향성만 나타난 점은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시스템적 대응력이 강화됐다는 방증이다.

S&P500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이라는 핵심 기술 지지선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관세 이슈가 점화되던 시점과 동일한 기술적 구간에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점은 주식시장 내부의 구조적 내성 형성을 뒷받침한다. 거래량은 전일 대비 12% 증가했고, 반등세는 기술주와 리테일 주 중심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거래 알고리즘이 반복 학습하는 패턴 중심의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은 단순한 수요 반등이 아닌, ‘시스템적 거래’에 기반한 기술적 복원력일 수 있다. 최근 주가 움직임은 기술적 베어플래그(Bear Flag)의 전형을 따르고 있으며, 해당 패턴은 하락 추세에서 일시적 반등 후 재차 급락할 수 있다는 구조를 내포한다. 시장이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음 조정국면의 깊이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월가의 컨센서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수사가 정책 실현 단계로 이행될 가능성을 40% 미만으로 본다. ING,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은 해당 발언을 협상용 카드이자 대선 국면에서의 정치적 지지층 결집용 수사로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는 미세 조정이 진행 중이다. 관세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기술기업 중심의 미국 주식보다는 에너지, 방산, 인프라 중심의 섹터 로테이션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리스크 회피 수요는 달러 강세, 엔화 매수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금리 고점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미국 국채에 대한 중기적 매수 포지션은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수사는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았다. 금융시장은 일정한 무감각을 기반으로 발언을 소화했고, 기술적으로는 안정된 반등 구조를 보였다. 그러나 내성은 위험의 제거가 아니라, 위험의 체계화(systemization)로 작동하고 있다.

정치적 수사가 시장에서 즉각적인 충격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제조업 정책, 글로벌 공급망 구조, 통상 협상력의 변화는 향후 자산시장 전반에 ‘비가시적 긴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애플을 비롯한 해외 생산 기반 기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단기 뉴스가 아니라, 자본 흐름 재편과 생산 구조 전환이라는 거시적 조정 신호로 읽혀야 한다.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정제된 언어가 아닌 전략적 수사로부터 진실을 추출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소음' 속 구조를 읽는 능력이야말로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리스크 감별력이다.

자본시장팀 데이터투자 news@data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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