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6-15 (일)

‘자산’에서 ‘구조’로 이동하는 사모시장

  • 입력 2025-05-29 08:43
  • 자본시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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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유동성의 재설계가 시작됐다

사진=데이터투자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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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사모시장은 자산시장이라기보다 구조시장에 가깝다. 금리는 내려오지 않고, 유동성은 막혀 있으며,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 불일치 속에서 글로벌 사모자본은 방향을 바꾸었다. 더 이상 단일 펀드로 자산을 사고파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화된 유동성 장치와 분절된 회수 전략을 결합하는 새로운 자본 운용 모델로 이행하고 있다. 이 변화는 금융시장에서의 레버리지 구조, 리스크 프레이싱, 장기자산 유동화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은 고금리 지속과 대체자산 리스크 재평가가 겹친 해였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차입비용 상승으로 전통적인 LBO 구조를 재설계해야 했고, 연기금과 보험사는 분배율 하락과 회수 지연 속에서 유동성 확보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이 전환의 중심에는 ‘구조화’가 있다.

세컨더리 시장에서의 GP-led 거래, Continuation Vehicle을 통한 핵심 자산 장기 보유, GP Stakes를 활용한 플랫폼 수익 분산 구조 등은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융공학의 결과물이다. 사모시장의 내부 유동성 회로가 자산운용 구조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2024년 글로벌 사모시장 회수 비율은 2017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회수의 정체는 곧 유동성 위기로 직결되며, 이는 펀드 약정 속도와 자산 운용 효율성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러한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전략이 바로 구조화 유동성이다.

GP는 핵심 자산을 Continuation Fund로 이전해 매각이 아닌 장기 보유 구조를 설계하고, 기존 LP에게는 유동화 옵션을 제공한다. 세컨더리 시장은 LP 간 단순 거래에서 벗어나, GP 주도형 구조가 전체 거래의 55%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산이 아닌 지분구조를 조정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GP Stakes 또한 유동성 확보의 또 다른 방식이다. 자산운용사 자체의 수익 창출 역량, 즉 운용 플랫폼의 장기 현금흐름에 기반한 구조화 수익 배분이다. 이는 사모시장 내부에 존재하는 '운용능력'을 새로운 담보자산으로 환산한 구조적 혁신이다.

Private Debt는 은행의 대출 여력 축소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채무자 기반의 신용 리스크는 오히려 축적되고 있다. 2024년 신규 사모대출의 30%는 이자보상배율이 2배 이하인 기업에게 흘러갔다. 레버리지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었지만, 리스크의 프레이싱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용 리스크의 축적은 사모시장에서의 레버리지 기반 유동성 조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드러낸다. 금리는 높지만, 그 자체가 리스크 프리미엄이 되지 못하는 상황. 수익률이 10%에 이르더라도, 디폴트 확률이 5% 이상이면 기대수익률은 무의미해진다. 구조화되지 않은 수익은 단기 수익률에 불과하며, 금융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2025년, 사모시장에서 LP의 전략은 유동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연기금과 보험사는 회수 지연에 따른 포트폴리오 비중 과대 노출을 우려해, 커밋보다 리밸런싱에 집중하고 있다.

세컨더리 매각, NAV 기반 유동화, 고정금리 기반 대체신용 펀드 편입 등은 단기 수익률보다 유동성 확보가 핵심 지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계 연기금과 일부 아시아 국부펀드는 GP의 지분에 직접 투자하거나, 공동 GP 형태로 구조설계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의 사모시장 구조는 여전히 선형적이다. 커밋, 운용, 회수라는 전통적 수직 구조에 기반한 펀드 설정 방식은 고금리 환경에서 회수 정체가 발생할 경우 바로 시스템적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컨더리 시장의 미성숙, Continuation 구조의 부재, GP Stakes에 대한 법제도 미비 등은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사모자본 구조 전환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산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고, 수익이 아니라 유동성을 통제할 수 있는 금융공학이 필요하다.

2025년, 글로벌 사모시장은 구조와 유동성의 기술로 경쟁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은 이제 ‘성과’보다 ‘설계’, ‘수익률’보다 ‘유동성’이라는 구조적 언어로 사모시장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구조를 읽지 못하는 시장은, 구조 안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팀 데이터투자 news@data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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