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 데이터센터 매출 79% 집중, 아이렌 계약 ARR 40억 달러 대 가동 ARR 10억 달러…고객 신용도가 GPU 조달금리를 갈랐다
한 회사 안에서 갈린 'AI 안'과 'AI 밖'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INC, NASDAQ:MRVL)의 2027 회계연도 2분기(8월 1일 종료) 순매출은 27억 393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회사가 5월 제시한 가이던스 중간값보다 3900만 달러 높다.주목할 지점은 부문 간 격차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21억 71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전분기 대비 18% 늘어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했다. 반면 커뮤니케이션 및 기타 부문은 5억 678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3% 감소했다. 같은 회사, 같은 분기인데 한쪽은 분기 기준 두 자릿수로 늘고 다른 쪽은 뒷걸음쳤다. AI 수요가 반도체 산업 전체를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문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수익성 지표도 이 구조를 반영한다. GAAP 순이익은 3억 800만 달러(주당 0.33달러), Non-GAAP 순이익은 8억 6590만 달러(주당 0.94달러)로 두 수치의 격차가 크다. GAAP 매출총이익률 53.1%, Non-GAAP 매출총이익률 58.9%, 영업활동 현금흐름 6억 550만 달러다. 회사는 3분기 순매출 가이던스로 31억 5000만 달러(오차범위 ±5%)를 제시하며 2027·2028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다시 상향했다고 밝혔다.
계약 ARR 40억 달러, 가동 ARR 10억 달러
수요 쪽에서는 훨씬 극적인 숫자가 나왔다. AI 클라우드 사업자 아이렌(IREN Limited, NASDAQ:IREN)의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총매출은 7억 700만 달러로 전년 5억 100만 달러 대비 약 41.1% 늘었다. 이 가운데 AI 클라우드 매출이 1억 2880만 달러로 전년 1640만 달러에서 약 8배 급증했고, 비트코인 채굴 매출은 5억 7820만 달러로 19.3% 증가했다.그런데 조정 EBITDA는 2억 4570만 달러로 전년 2억 6970만 달러보다 오히려 줄었고, 당기순손익은 7억 260만 달러 순손실로 전년 8690만 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회사는 채굴 사이트를 AI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후 채굴 장비를 퇴역시키며 비현금성 자산 손상차손 6억 3880만 달러가 반영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임원급 인사 5명을 영입하는 등 전체 임직원 수를 3배 가까이 늘린 비용도 EBITDA를 눌렀다.
이 회사가 공시한 두 개의 ARR(연간 반복 매출) 수치가 현재 AI 인프라 시장의 상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가동 예정 용량에 대해 확보한 계약 ARR은 40억 달러, 현재 실제로 운영 중인 ARR은 10억 달러다. 같은 날 제출된 연간보고서(10-K)를 보면 2026년 6월 30일 기준 운영 중인 AI 클라우드 서비스 용량은 약 40메가와트(MW)에 불과하다.
5GW의 전력, 40MW의 가동
반면 확보한 전력은 자릿수가 다르다. 아이렌은 10-K에서 미국·캐나다·스페인·호주에서 전력망 연결 계약 등을 통해 총 5GW 규모의 전력 용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별 계획 용량은 텍사스주 스위트워터 1(1,400MW)과 스위트워터 2(600MW), 오클라호마주 키오와(1,600MW), 텍사스주 칠드레스(750MW),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번디(800MW), 스페인 에스트레마두라주 바다호스(300MW),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맥켄지(80MW)·프린스조지(50MW)·캐널플래츠(30MW) 등이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용량을 올해 0.3GW, 내년 0.8GW 수준까지 누적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즉 5GW를 잡아놓고 40MW를 돌리고 있으며, 내년 목표조차 0.8GW다. 전력 확보와 실제 가동 사이의 시차가 AI 인프라 기업의 손익을 좌우하는 구조라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다. 이 시차는 조직 개편에도 반영됐다. 호주의 네오클라우드 기업 샤로나이 홀딩스(SHARONAI HLDGS INC, NASDAQ:SHAZ)는 같은 날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텔스트라와 IBM 출신 데이비드 번스를 선임하며, 그 역할을 "고객 주문부터 실제 운영 역량 확보까지의 과정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공동창업자인 기존 COO 앤드루 리스는 전략적 파트너십 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계약을 따내는 일과 그것을 가동으로 바꾸는 일을 조직에서 분리한 셈이다.
같은 GPU, 다른 금리 — 고객 신용도가 가른 300bp
자금 조달 조건은 이 시차보다 더 선명한 신호를 준다. 아이렌은 마이크로소프트 계약을 위해 연 6.0% 금리로 36억 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GPU 파이낸싱을 확보했다. 반면 비투자등급 고객 배포를 지원하기 위해 조달한 자금은 블루아울과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PIMCO) 등이 주도하는 연 9.0% 고정금리 조건의 24억 달러였고, 이는 총 28억 달러 신규 GPU 파이낸싱에 포함된다.같은 회사가 같은 시기에 GPU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데, 자금의 용처가 마이크로소프트 계약이냐 비투자등급 고객 배포냐에 따라 금리가 300bp 벌어졌다. 아이렌이 공시한 이 두 건은 AI 인프라 금융에서 자산 자체보다 최종 계약 상대방의 신용등급이 조달 조건을 좌우한 사례다.
전력 원가를 누가 낼 것인가 — 규제가 들어왔다
전력 비용의 귀속 문제도 공시에 등장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에이펙스 트레저리(APEX TREASURY CORPORATION, NASDAQ:APXT)가 인수를 추진 중인 AI 인프라 기업 TEC퓨전스는 펜실베이니아주 뉴켄싱턴 데이터센터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약 1,395에이커 부지로 향후 최대 3GW까지 전력 용량을 확장할 계획이며, 현재는 가스터빈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향후 이중 유틸리티망과 온사이트 마이크로그리드 발전 설비를 결합할 예정이다.이 시설이 준수한다고 밝힌 펜실베이니아주의 책임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 요건(GRID)과 주지사 행정명령의 핵심은 명확하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규 전력 인프라 비용을 다른 전기 요금 납부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개발사가 직접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전력 인프라 비용의 부담 주체를 규정이 명시적으로 개발사로 지정한 사례가 공시에 등장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계약은 또 하나 나왔다. 가속 컴퓨팅 플랫폼 기업 크로노스케일(ChronoScale Holdings Corp, NASDAQ:CHRN)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북미 지역에 50MW 규모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 GB300 NVL72 시스템과 고밀도 워크로드용 액체 냉각 솔루션이 도입된다.
장비 쪽 수주는 이미 두 배
이 사이클의 가장 앞단인 장비 수주는 이미 배로 늘었다. 반도체 장비 기업 ACM 리서치(ACM RESEARCH INC, NASDAQ:ACMR)의 자회사 ACM 리서치 상하이는 2026년 상반기 신규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고 밝혔다. 메모리·로직·첨단 패키징 전 분야에서 도금, 세정, 첨단 패키징 3대 제품군 수주가 모두 늘었다.기술 측면에서는 고온 SPM(황산·과산화수소 혼합액) 세정 솔루션에 독자 특허 노즐을 적용해 15나노미터 크기에서 파티클을 15개 미만으로 제어하는 성과를 냈고, 연말까지 고온 단일 웨이퍼 SPM 시스템 누적 인도량이 20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첨단 패키징용 수평형 패널 레벨 도금 장비는 중국 본토 고객사향 양산용 510×515mm 시스템을 2027년 1분기에, 아시아 주요 패널 패키징 고객사향 평가용 310×310mm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회사는 전체 총이익률을 42~48% 범위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공시에는 국내 기업이 직접 언급됐다. ACM 리서치 상하이는 SK하이닉스의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사업 기회에 대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시 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진전이 있을 경우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장비사 수주가 두 배로 늘고 그 배경에 SK하이닉스 투자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전력과 금융 단계에서 관측되는 시차와 달리 장비 수요는 이미 실물 수주로 잡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 소개
마벨 테크놀로지는 데이터 인프라 반도체 솔루션 기업이다. 아이렌은 호주·북미·유럽의 신재생에너지 지역 토지와 전력망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AI 학습·추론용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하는 수직계열화된 AI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으로, 확보한 데이터센터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가동한다고 밝히고 있다. ACM 리서치는 반도체 전공정·후공정용 습식 세정, 도금, 열처리 장비를 개발·제조한다. 크로노스케일은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가속 컴퓨팅 플랫폼 기업이고, 샤로나이 홀딩스는 호주의 주권형 AI 인프라 네오클라우드 기업이다. TEC퓨전스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설계·건설·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AI 인프라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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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숙 데이터투자 기자 pr@datatooz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