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화신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4배 수준에 머물고 있어 향후 로봇 사업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 자동차 부품주에서 로봇 밸류체인 기업으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8년 연 3만대 규모의 아틀라스 생산을 목표로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망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를 생산하는 데에는 통상 5000~1만개 수준의 부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휴머노이드의 생산 공정 및 핵심 기술이 60~70%가량 겹친다는 점에서 현대차·기아에 장기간 부품을 공급하며 대량생산과 소재 가공 기술을 축적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핵심 공급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화신 역시 이 같은 산업 변화의 수혜 후보로 꼽힌다. 화신은 차량 플랫폼의 프레임 역할을 담당하는 섀시 전문기업으로 현대차그룹 내 시장점유율 57%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섀시는 차량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고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회사는 기존 철강 소재뿐 아니라 핫프레스포밍과 알루미늄 등 차량 경량화를 위한 다양한 소재 가공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면서 외부 충격을 견뎌야 하는 섀시 기술이 향후 휴머노이드의 몸통과 팔·다리 등 구조물 제작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60~100kg에 달하는 휴머노이드가 걷고 뛰는 과정에서는 지면과의 마찰과 충격, 진동 및 소음을 지속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삼성증권은 이 때문에 자동차 섀시 업체가 확보한 충격 흡수와 소재 기술이 로봇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신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로봇 바디 모듈이다. 휴머노이드 몸통에는 배터리가 탑재되는 만큼 화신이 기존 섀시의 구조 설계·충격 흡수·경량화 기술과 배터리 케이스 사업 경험을 결합할 경우 배터리를 포함한 바디 모듈로 공급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팔과 다리 모듈 역시 주목된다. 휴머노이드의 팔다리는 좌우 동일 규격의 모듈을 적용할 수 있어 로봇 한 대당 동일한 모듈을 반복 공급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양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자동차 부품사가 강점을 가진 대량생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화신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이 같은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화신의 2026년 추정 실적 기준 P/E가 4.1배 수준에 불과해 성장성이 부족한 일반 자동차 부품업체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화신을 모빌리티 밸류체인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기업"으로 평가하면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6000원을 제시했다. 배터리 케이스 시장에는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바디 모듈의 경우 산업 개화 초기부터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높은 성장 프리미엄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2분기부터 미국 신공장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메타플랜트에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생산이 추가되면서 신공장 가동률 상승과 감가상각비 부담 완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 케이스 성장까지 더해지며 기존 자동차 사업의 실적 개선과 신사업 모멘텀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워 아틀라스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자동차와 로봇 공급망의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섀시 시장의 57%를 확보한 화신이 자동차의 ‘뼈대’를 만들던 기술을 휴머노이드의 몸통과 팔다리로 확장할 경우 현재 4배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밸류에이션의 재평가 여부가 향후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경미 데이터투자 기자 pr@datatooza.com













